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영화 속 이별과는 사뭇 다르다. 헤어지기 싫어 떠나가는 기차를 뒤쫓아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헤어지기 싫어 머물러있는 사람을 향해 눈길을 못 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차역에 남은 사람은 멍하니 멀어지는 기차의 뒤꽁무니만 쳐다보며, 그가 날 그리워하는지 날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기차역에 남은 사람은 떠나간 사람의 모습과 마음을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어쩔 줄 몰라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와 함께 지냈던 행복한 순간들이 그가 주고 간 셔츠에서 깊은 향기와 함께 이 순간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으로 다가온다. 햇빛은 강렬히 나를 향해 떨어지고 나는 아찔해진다. 집에 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이토록 우려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성애 코드와 여름 느낌 때문이다. 원래가 동성애에 관심이 많았으며 거부감도 들지 않아 동성애 코드가 들어간 영화, 드라마는 발견하고 시간이 나면 챙겨보는 편이다. (사실 여남 로맨스보다 여여 로맨스, 남남 로맨스를 더 즐겨보는 편이다.)
여름 가득한 분위기도 언제인지 있었었는지도 모를 아련한 여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여 이토록 우려먹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두 남배우의 비주얼 또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못 말하겠다.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중학생부터 동성애에 대하여 생각해왔다. 딱히 싫지도 않았고, 딱히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성애보다 더 값지고 귀한 사랑이라 생각했다. 흔하디 흔한 호르몬으로 인해 중학생 시절 동성친구를 좋아했었다. 여중을 다녀서 남자를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친구가 좋았던 것이다. 그 당시 때는 그랬다. 아침부터 시작해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친구들이 좋았다. 그때는 단짝 친구가 애인처럼 꼭 붙어 다니는 그런 시기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때 느꼈던 우정, 사랑의 느낌은 성인이 되어서 그때는 그 아이가 나의 유일한 산소마스크였나 싶다. 같이 있으면 뭘 하든 재미있었고, 현실적이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옳은 길만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르지 않은 길로 간다면 내가 타락하는 것이고, 이 친구가 아니면 난 타락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는 그 친구가 나에게 있어 정답이었다.
그 친구가 정답이 아니게 된 때는 수능을 본 후부터 대학생 1학년 때부터였다. 나에게 별거 아닌 듯 상처를 주고, 각자 살아가는 모습이 달랐다. 내가 지내는 모습이 정답은 아니어도 바르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나와는 다르게 흔들리는 길을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에 있어서. 그 당시 때는 그랬다. 나는 나. 친구는 친구. 그 누구도 답은 없는데 내가 마냥 답이라는 듯. 그렇게 내 중학생 때의 사랑이 끝나 우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사랑과 우정 그 사이의 마음을 갖게 되는 걸 보면 나는 동성애자인가 싶기도 하다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또 이성애자 인가 싶기도 하다. 위에서 말한 중학교 때의 그 친구과 다른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고 들었다. 그 친구는 여자였으며 너무 좋다는 것이다. 본인은 바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진지했고 약간은 장난스러웠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고, 내가 고민해왔던 동성에게 느끼는 사랑과 우정 그 사이의 마음을 설명할 수가 있었다. 나는 양성애자. 바이라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를 보면 참 덜 익은 느낌이 난다. 나이가 어린 탓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런 참 덜 익은 느낌.
편견 없이 자유분방하게 커왔던 탓일까. 정체성에 대해 혼란한 순간은 여지없이 찾아오지만 우리 인생의 순간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고민하지 않는 엘리오를 보게 된다. 올리버에 대한 강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다가가는 게 참으로 흐뭇하고 놀라웠다.(로맨스 영화라 그런가)
그런 엘리오와 같은 맘인 올리버. 사실 올리버는 성인인데 미성년인 엘리오를 데리고 뭘 한 건지... 범죄자 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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