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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CALL ME BY YOUR NAME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영화 속 이별과는 사뭇 다르다. 헤어지기 싫어 떠나가는 기차를 뒤쫓아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헤어지기 싫어 머물러있는 사람을 향해 눈길을 못 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차역에 남은 사람은 멍하니 멀어지는 기차의 뒤꽁무니만 쳐다보며, 그가 날 그리워하는지 날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기차역에 남은 사람은 떠나간 사람의 모습과 마음을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어쩔 줄 몰라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와 함께 지냈던 행복한 순간들이 그가 주고 간 셔츠에서 깊은 향기와 함께 이 순간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으로 다가온다. 햇빛은 강렬히 나를 향해 떨어지고 나는 아찔해진다. 집에 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이토록 우려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 2023. 10. 2.
수필 |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사이 (부제: 연말정산) 연말과 연초가 있다는 사실은 사실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분기점이다. 달력을 기점으로 연말, 연초가 존재하며 그에 따라 전 세계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고 등산을 하여 첫 일출을 보고 환호하고 다짐하곤 한다.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는 그다지 없다. 그냥 오늘과 내일, 어제와 오늘. 달라지는 건 그냥 내 마음뿐인 것.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며칠부터 들뜬 마음은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가라앉았다가 신정 때 즈음까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올해 내가 뭘 했지 뭘 이뤄놨지 나만 한심하게 산 느낌을 받는데 뭐라도 시작해보자라는 생각이 들 때 당장 뭘 하기보는 송년회로 인해 바쁜 매일이어서 내년 1월 1일에 할 일들을 리스트업 하기 시작한다. 1월 1일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게 .. 2023. 10. 2.
수필 | 기부를 하게 되면서 느끼게 된 것들 오늘의 글은 기부를 하기 전과 기부를 한 후의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다. - 기부 전 - 유튜브를 보다가 후원을 요청하는 광고가 뜰 때가 있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여주며 기부, 후원을 해달라는 광고이다. 이런 광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도와달라는 그들의 요청에 답하고 싶고, 하루하루 허둥지둥 살고 있는 나 자신은 여유가 없다며 외면했으나 폐지를 오랫동안 모은 할머니가 학교에 기부를 하시거나 형편이 좋지 않지만 기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유가 없다는 건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덕적인 기준과 하루의 마무리로 술 한잔을 하는 여유 중 여태 한 잔을 기우는 것에 치중되어 살아왔다. 내가 한 달 만원만 아껴도 세상 어디에 선가는 하루 한 끼라도, 받아야 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 2023. 10. 2.
소설 | 답장줘. 안녕 잘 있니? 오랜만에 연락해서 놀랐지? 그것도 문자도 전화도 아니라서 더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편지라니 요즘같이 바로바로 연락이 가능한 시대에 하루 이틀이 걸려서 도착하는 말들에 지루함만 가득할지 모르겠어. 근데 나는 오히려 이렇게 장문의 편지를 주는 게 더 좋기도 해. 전화나 문자로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느라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까먹을 때가 종종 있거든. 그래서 정말 꼭 말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편지가 더 좋아. 좀 독단적이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내 이야기를 잔뜩 써 내려가면 속 시원한 것도 있어. 평소에는 남 이야기 듣는 게 더 편해서 듣는 위치지만 어떨 때는 내 이야기를 잔뜩 하고 싶기도 하니까 말이야. 내가 한동안 너한테 이상하게 굴었던 시기가 있었.. 2023. 10. 2.